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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어린이,청소년,성인

이승만 대통령-유창한 회화비법

항아리 속에서 공부를 해 본 적이 있는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은 커다란 항아리 속에 들어가 영어 단어를 달달
소리 내어 외운 경험이 있다.

괴상한 방법으로 공부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아도
이승만을 따라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무현이 토굴 같은 토담집에서 고시 공부를 하고,
김영삼이 6·25 전쟁 중에 새집 같은 움막집에서 독서를 한 적이 있지만
그 어떤 것도 항아리 속에서 공부한 것만큼은 특이하지 않다.


이승만은 20대 중반에 독립협회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감옥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옆으로 눕혀 놓고 그 안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당시에는 죄수들이 개인적인 물건이나 옷가지를 보관하기 위해 항아리를 소유하는 것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상상해 보라.

사람 몸집보다 더 큰 항아리 속에 들어가 촛불을 켜 놓고
웅얼웅얼 소리를 내며 공부하는 20대 죄수의 모습을!


 


이승만은 그 항아리 독서실에서 외국 선교사들이 들여보내 준 영어책과
영어 잡지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문장을 통째로 외웠다.
특히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두꺼운 일영(日英)사전의 영어 단어를
몽땅 외웠다고 한다.


영어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영어 단어를 외우기가 얼마나 어렵고 지겨운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한글이라고는 단 한 자도 없는 일영사전을 몽땅 암기했다니!
그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승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어로 된 <기초 영문법>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번역 과정에서 영문법의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익혔음은 물론이다.
영어에 자신감을 얻은 이승만은 내친김에 대한민국 최초로 영한사전을 편찬하기로 마음먹고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러일전쟁이 터져 대한민국 최초의 영한사전이 될 뻔한 이 편찬 작업은 도중에 중단되고 말았다.
비록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20대 중반의 죄수가 그런 엄청난 일을 착수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첫째, 놀라운 학구열. 중죄인으로 언제 사형에 처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놀랍다.
어쩌면 항아리 속에서 육신의 고통을 잊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당
시 이승만은 낮에는 불려 나가 몽둥이찜질 등의 고문을 당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둘째, 영어 공부에 대한 강한 의지. 당시에는 극소수 지식인만 관심을 갖던 영어를
이승만은 독립운동을 하듯 무척이나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자면 만약 그가 감옥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미국 유학을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 정치 지도자들과의 인간관계도 형성되지 않고
나아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항아리 속의 영어 공부는 기발한 공부법인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감옥의 환경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어둡고 밀폐된 항아리 속에 들어가면 잡념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질 법도 하다.
게다가 항아리 속에서 영어 단어나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메아리 현상이 일어나
귀로 듣는 음향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공부 전문가들에 의하면,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 들어가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손으로 쓰고 귀로 듣는 3박자를 병행하면
영어 학습 능률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해서 읽고 쓰고 외우기는 이승만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최고의 회화 비법이 아닐까?


여기서 잠깐, 단기간에 영어 도사가 된 이승만이 기초 영문법을 중시하고,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운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학생들 중에는 문법이 오히려 회화에 방해가 된다며
처음부터 회화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회화 지상주의는 상당히 위험하다.
뛰려면 걷는 연습부터 해야 하듯이 영어 회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법은 숙지해야 한다.
영문법의 기본인 문장의 5형식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려운 회화에 매달리는 것은 난센스다.


김대중도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뒤늦게 40대 후반의 나이에 시작한 영어 회화를 잘하게 된
이유는 기본 영문법을 충분히 익힌 후에 영어 회화를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어사전 외우기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 무식하고 구시대적인 공부 방법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옛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문구처럼 아날로그 방식 중에도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항아리 속에서 촛불을 켜 놓고 영어사전을 달달 외우던 이승만의 회화 공부법을
오늘날 형태로 되살린다면 의외로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